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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현대 소설의 주인공들


멋진 소설이란 우리들의 가려진 진실을 드러내어 보게하는 것일까? 인문학자, 철학자, 사회학자 등 많은 이들이 말을 하지만, 소설가, 작가는 이야기라는 포장으로 모르고 넘어갈 수 있음도 허락한다. 안똔 빠블로비치 체호프(Anton Chekhov)의 단편소설은 이런 인간의 모습을 너무나 잘 보여준다.


❝ 세상에 부술 수 없는 벽이란 없다. 하지만 현대 소설의 주인공들은, 내가 아는 한 너무 소심하고 생기가 없고 게으르고 걱정이 많다. 그리고 지나치게 쉽게, 자신이 실패자라는 생각, 그리고 사생활이 자신을 속인다는 생각과 타협한다. 투쟁하는 대신, 그들은 세상이 저속하다고 비판만 할 뿐이다. 그들의 비판 자체도 조금씩 그 저속함 속으로 빠져 드는 것을 모른 채. ❞


<어느 여인의 이야기>에서 체호프는 현대 시대의 주인공, 우리들의 모습을 잘도 말한다.


❝ 나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행복은 가까이 있었다. 행복이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사는 듯했다. 나는 나 자신을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고, 내가 인생에서 뭘 기다리고 바라는지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마음 편히 살았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갔다. ❞


너무 사랑 받으며 자란 자녀들이 인생에서 기다림도 바람도 없게 됨도 말한다. 예언은 아니겠지? 체호프의 시절부터 시작된 것일까?


❝ 그는 더 마르고 늙었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랑을 고백하지 않고 허튼소리도 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일도 좋아하지 않는다. 건강도 좋지 않아 쉽게 환멸을 느낀다. 무슨 일에도 손만 내저으며 마지못해 살고 있다. 지금도 벽난로 옆에 앉아 말없이 불빛만 바라보고 있다. ❞


<어느 여인의 이야기>의 뾰뜨르 세르게이치는 과거의 사랑을 잊은 걸까? 가린 걸까? <농담>의 화자는 농담을 한 이유를 몰랐을까? 농담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몰랐을까?


❝ 나이 든 지금, 내가 왜 그말을 했는지, 무엇 대문에 그런 농담을 했는지, 나 자신도 여전히 알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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