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에서

왜 사랑하는 이의 변신을 견디려고만 할까?


❝ 그동안 부모를 생각해서 꾹 참아 왔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면 진작 사표를 던지고 사장 앞으로 걸어 나가 가슴에 묻어 두었던 생각을 그에게 다 털어놓았을지도 몰라.

❝ 부모님은 이 모든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여러 해가 지나면서 그레고르가 평생 회사에 다닐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품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다 이들은 이제 코앞에 닥친 걱정거리에 온통 정신을 빼앗긴 나머지 앞일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그레고르는 앞일을 걱정하고 있었다.

❝ 부모님과 여동생이 이런 멋진 집에서 이런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준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생각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꼈다. 하지만 이 모든 안락과 유복함 및 만족이 이제 끔찍한 종말을 맞이하게 되면 어떡하지?

❝ 결국 자신의 현재 상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게 되는 불편한 일들을 견뎌 내고 가족을 최대한 배려함으로써 참아 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할 때, 해왔을 때, 자신을 위한 것보다 타인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를 좋아하나보다. 특히 자신에게 의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가족, 사랑하는 이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카프카의 '변신'의 그레고르 잠자도 그랬다. 의지, 희생 모두가 사실이었을 수 있다. 어떤 가족은 가장의 희생 또는 나 아닌 다른 가족의 희생을 원한다는 말을 듣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자신의 희생을 몰라준다고 속상해하고, 나 없으면 모두가 죽을 것이라는 생각들. 희생과 헌신이 멋진 말일까? 내가 보기엔 바보같다. 서로 말하고, 기대고, 도우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사랑하는 이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레고르가 변신한 후, 그레고르의 말을 들으려는 가족은 없었다. 처음 그레고르에게 다가간 동생도 그레고르의 생각을 알려하기보다, 그럴 것이라고 자신이 생각한대로 행동한다.


그렇게 멋대로 생각하고, 실행하고는 자신이, 그리고 가족이 그레고르에게 희생한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희생할 수 없다며, 그레고르와 멀어지려 한다.


잠자 가족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서 비슷하게 하지 않나 생각한다. 나도 그렇고, 내 주변도. 타인을 생각해서라고 하지만, 혼자 생각한다면 그것이 상대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모르는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몰레카메라식 이벤트도 별로다.


서로 생각을 이야기하고 듣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