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모

음악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by 졸탄 코다이 Zoltán Kodály


Zoltán Kodály 졸탄 코다이

출생: 1882/12/16, Kecskemét, Hungary

사망: 1967/03/06, Budapest, Hungary


헝가리의 작곡가. 음악교육가. 민족음악가. 지휘자. 헝가리의 민족음악을 연구하고 이를 음악교육에 적용하여 전세계적인 코다이 교수법이 나오게 한 장본인으로서 오랫동안 게르만 지배에 물들어 있던 헝가리의 민족음악 요소를 찾아 음악동료 바르톡과 함께 민요를 발굴 조사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모든 사람이 즐겨 부를 수 있는 민요체계를 완성하였고, 코다이 교수법을 이용하여 국민음악교육에 힘써 오늘의 헝가리를 세계적인 음악국가로 설 수 있도록 힘썼다. 코다이 음악교수법은 민요를 강조하고 이를 이용한 합창교육으로 내청을 개발하여 음악을 읽고 쓰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여 음악적 능력향상과 함께 지적발달과 정서적인 발전을 도모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코다이는 옥스퍼드 대학을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헝가리에서는 1942년을코다이의 해로 선포하기도 하였다. 그는 수많은 합창곡과 오케스트라곡 오페라 등의 작품을 비롯하여 교육에 필요한 많은 음악교재와 아울러 이론서 등을 남겼다. 1953년, 코다이가 아직 살아 있을 때 아카데미의 졸업식에서 슈만의 글을 인용한 연설문은 그 당시 학생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음악인, 그리고 자식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부모, 음악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학생 여러분, 방학을 맞은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두 세달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정원사가 두달 동안 정원을 돌보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누가 좋은 음악가일까요? 100년전 슈만은 이에 대해 글을 쓴적이 있습니다. 나는 이 글이 여러가지 번역판으로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학생들이 읽어 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책이 도서관에서 대출된 것은 단 한 번 뿐입니다. 지금의 똑똑한 학생들조차 최신 시설의 도서관이 주는 편리함을 이용하지 않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저는 음악학자가 아니라 진실로 음악가가 되려고 하는 사람이고, 여러분들이 읽을 가치가 있는 몇권의 책에 대해서 말하고자 합니다. 이것들 중 하나가 슈만의 글입니다.


무엇보다 귀를 훈련 시켜야 합니다. 종소리, 유리소리, 새소리, 자동차 소리에서도 음을 찾아 보십시오. '절대음감'이란 신화는 천부적인 것이 아니라 훈련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사실 '라', 즉 A라는 음도 국제회의를 통해 결정되기 전까지는 지역마다 달랐습니다.


원래의 빠르기로 연주하세요. 어떤 사람은 술 취한 듯이 비틀대며 연주합니다. 본받지 마세요. 기본적인 법칙을 공부해서 화성학이나 대위법 같은 학구적인 용어가 나올 때 긴장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려운 음악을 평범하게 연주하는 것보다 쉬운 음악을 아름답게 연주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음악은 손가락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악기 없이도 마음 속으로 음악을 부를 줄 알아야 합니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피아노를 2년 동안 공부해온 한 어린 소녀가 3주 가까이 모짜르트를 연습해 왔습니다. 레슨시간에 늦게 도착한 이 아이가 마침 연습 중이던 선생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이 치고 있는 곡이 뭐예요?"


선생은 놀라서 대답했습니다.


"네가 오늘 레슨받기 위해 연습해온 곡이잖니?"


왜 이아이는 그곡을 몰랐을까요? 그 이유는 선생님이 전혀 틀리지 않고 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곡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 시대의 음악교육의 결과가 바로 이것입니다.


날마다 음악을 공부하면서 피곤하다고 느낀다면 중지해야 합니다. 맑고 신선한 느낌없이 공부하는 것보다는 쉬는 편이 낫습니다. 쉬면서 시를 읽으십시오. 브람스는 "잘 연주하려는 사람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음악가는 위험한 직업입니다. 수많은 연주가들이 건강을 소홀히 여겨 왔습니다. 클라라 슈만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가장 큰 교육은 바로 건강유지였다'고 고백했습니다.


유행하는 것만 연주하지 마세요. 유행하는 곡은 곧 유행에 뒤처지는 것이 됩니다. 사람은 설탕이나 쵸콜릿만으로 살 수 없습니다.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의 대가들은 음악적 영양분을 제공해 왔습니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먹어야 합니다. 좋지 않은 음악이 퍼지지 않게 하세요. 그러나 그전에 당신은 무엇이 좋고 나쁜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과 같이 연주할 수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연주가 훨씬 유연해지고 탄력이 생겨서 생동감으로 가득해 질 것입니다. 악기를 사랑하세요. 그러나 자신의 악기가 최고라는 자만심을 가지지 말아야 합니다. 최고의 음악은 앙상블입니다. 모든 사람이 제1바이올린만 고집한다면 어떻게 오케스트라가 만들어 지겠습니까?


자, 그러면 누가 좋은 음악가 일까요? 만약 당신이 특별히 어떤 곡에 자신이 없다거나 연주가 끝날 때까지 그 속에 빠져 있을 수 없다면 좋은 음악가가 아닙니다. 우연히 악보가 두 장이 넘어 갔을 때 연주를 멈춘다면 그 사람도 아닙니다. 좋은 음악가란 처음 보는 악보를 접했을 때 그 속에서 무언가를 꺼낼 수 있고, 아는 악보를 보고 그 다음에 무엇이 나올지 예상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 음악이 손만이 아닌, 머리와 마음에 까지 있는 사람이 좋은 음악가인 것입니다. 귀로 음악을 듣고 빠르게 해석을 내릴 수 있는 재능은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타고난 재능은 훈련을 통해서만 발전될 수 있습니다. 산속에 숨어 지내며 연습하는 것으로는 결코 좋은 음악가가 될 수 없습니다. 오케스트라나 앙상블, 합창단과 가까이 하면 훌륭한 음악적 경헙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어떤 음악을 좋아할지 쉽게 결정하지 마세요. 점점 나이가 들면서 비로서 이해될 수 있는 음악이 많습니다. 음악적 창조력과 영감을 가지고 있다면, 망상에만 사로잡혀 있지 말고 기록하고 정리해야만 형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우아한 음악적 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다른 예술분야와 과학, 인생의 모든 분야를 깊이 공부하세요. 삶이 없이는 예술이 존재할 수 없듯이 예술 없이도 삶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도덕이나 예술은 그 법칙이 같습니다. 위대한 예술가가 된다면 나머지는 저절로 이루어 집니다.


음악가의 최고 경지는 아무리 복잡한 악보를 보면서도, 듣지 않고 그것을 이해하고 상상해내는 단계입니다. 이것은 내적인 귀를 발전시킵니다. 어른들은 빨리빨리 발전하기만을 원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그러한 것보다 슈만의 충고가 더 필요합니다.


잘 훈련된 귀, 잘 훈련된 마음, 잘 훈련된 지식, 잘 훈련된 손 - 이 네가지중 한 가지라도 뒤처지거나 앞서간다면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것 입니다. 여러분은 이제까지 마지막 것, 잘 훈련된 손에만 집중해 왔습니다. 이것은 다른 것을 뒤처지게 만들었습니다. 잘 훈련된 지식은 어느 학교의 음악 커리큘럼에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 음악들의 약점은 모두 그곳에서 드러났습니다.


우리에겐 합창단이 없었기 때문에 과거 명곡들을 연주하는 경험을 이제야 얻게 되었습니다. 이미 우리는 현악사중주단을 가지고 있지만 그 탁월한 음악을 듣는 가치에 대해서 모르고 있습니다. 소수의 학생들만이 슈베르트 사중주를 순례했을 뿐입니다.


자, 그러면 이런 길고 지루한 공부를 하는 목적은 무엇입니까? 경재에서 이기기 위하여? 주위 사람들의 칭찬? 명성?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기 위해 자신의 재능을 최고 수준까지 갈고 닦는 것이야 말로 재능을 받은 사람들이 수행해야 할 책임입니다. 사람이 얼마나 가치있는 존재인가는 그가 사람들, 자기 민족, 나라, 세상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진정한 예술은 그것을 이루는 강렬한 힘 가운데 하나이며,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갚아주는 사람이 인류에 대한 예술가의 의무를 다하는 것입니다.


완벽한 음악가는 없습니다. 하지만 완벽을 목표로 계속 노력하면 그 거리를 좁힐 수 있고, 적어도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아직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슈만의 이 말은 우리에게 희망을 줍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from 조윤범의 '파워클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