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노트

실용이 아닌 실전 = 고전문학


작년 말에 고민하다 맘을 먹었다. 그리고 올해 시작한 것이 고전읽기다. 먼저 내 기존의 읽기 취향을 말하면 지식, 정보, 실용의 극점이었다. 소설? 시? 소위 문학이라는 책에 등돌린 때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고, 내 책장과 장바구니에서 소설은 조금 과장해서 0.1% 였다. 요즘 유행이라는 실용서 읽기? 실용서라는 개념이 없던 중고등 학교 때부터 그런 것만 읽었다고 보면 된다. 한마디로 고전은 그냥 고유명사였다. 아무 의미없는 이름.


고전을 읽어야 겠다고 생각한데는 얼마전부터 책관련 일을 해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글, 원고 등을 보며 문학에 관심이 하나, 둘 생기고 “고전"이 왜 고전일까를 알아봐야겠다 생각했다. 모 출판사에서 세계문학 선집을 나름 파격적으로 판매를 하는 기회가 생겼고, 미뤄두던 전자책 리더기를 같이 구매하는 약간의 충동구매를 했다. 100권이 넘는 책을 한번에 산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일, 공부를 위한 읽기가 아닌 책을 읽어봐야 일주일에 한 권 읽으면 적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고전 말고도 읽을 것, 읽고 싶은 것이 매일매일 쏟아지는데, 어느 세월에 다 읽느냐 말이다. 일주일에 한권씩 해도 3년. 실제로 읽는 것을 생각하면 아무리 짧아도 5년은 걸릴 것 같다. 쉽게 읽힐 것 같지도 않은 고전이니 난이도를 고려하면 한 7~8년은 될 것 같다. 이거 다 읽으면 세상이 바껴있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미친 짓이고 낭비같다. 이런 온갖 생각도 세일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 클릭!


구매 후, 또 다른 어려움이 다가온다. 도대체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 고전이라는 이름답게, 아무리 검색을 해도 좋다는 말뿐이다. 생각해보면 베스트셀러라는 책도 한두권이 아니다. 좋은 책이 이렇게 넘치는 세상인가? 해결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감이다. 구매한 책의 목록과 최대한 짧은 소개들을 보고, 맘이 가는 것으로, 터치! 지금 몇 권 보며 생각해보면, 좋은 방법을 선택한 듯하다. 논리적 해법이 없는 것을 논리적으로 풀어보겠다고 덤비는 행동은 그나마 오래전에 넘어섰다.


이렇게 만난 고전은 내 이전의 생각들을 완전히 뒤집고 있다. 오래전 소설을 읽으며 난 사건에만 집중했다. 사전 외적인 부분이 왜 필요한지 몰랐다. 쓸때없는 부분을 제거하고 짧고 얇기를 바랐다. 그러다보니, 줄거리와 중요한 몇 개의 장면 외에는 다 쓰레기였던 것이다. 왜 소설이나 문학과 거리가 멀었는지 이해가 좀 될 것이다. 실용서는 정말 알짜정보의 종합으로 보였다. 게다가 요즘처럼 실용적이지 않은 거품으로 가득채운 실용서가 없던 때 였다.


그런데 지금 읽는 고전들 속에는 소위 실용서들에서 말하는 모든 것, 그리고 인문학, 철학, 과학, 심리학 등 모든 것이 실제로 적용된 실전 세상이 들어 있다. 이 세상을 느끼고, 이해하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 세상에 대한 것과 다른 것이 없다. 세상의 일부분만을 슬쩍 들여다보고 마는 대부분의 실용서의 내용뿐 아니라, 그와 관련한 모든 것이 녹아있다. 때로는 각종 실용서, 이론서, 논문의 종합 선물 센트를 받기도 한다. 현실에서 아는 만큼 소설 속의 세상을 더 잘 알 수 있고, 현실에서 생각하는 만큼 소설 속의 세상과 일문에 대해 생각하고, 현실에서 느꼈던, 느끼는 것을 소설에서 느낀다. 현실에서의 능력부족은 책을 읽어나가는데도 어려움을 준다. 이를 위해 작가들은 실전적 예시와 설명을 한다. 작가의 설명으로도 힘들 때, 나에게 필요한 것, 현실에서 내가 알아야 하는 것, 생각해야 하는 것 등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한다고 말한다. 예전에 난 동의하지 못했다. 지식, 정보를 가져다 현실에서 경험을 해야했다. 지금도 난 동의하지 않는다. 육체적인 면에서는 간접 경험이지만, 머리와 가슴은 직접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현실에서보다 더 깊이 생각하고 느끼기도 한다. 작가의 도움이 있기 때문에. 작가과 다르게 생각하고 느낀다면 읽는 내내 작가와 치열하게 논쟁을 해나가면 된다. 물론 아직 내가 더 낫다 싶은 작가는 없었다. 언제쯤 넘어설 수 있을까?


현실에서도 소설에서도 필요한 그것을 위해 공부도 해야한다. 이론서, 실용서, 에세이 등 가려선 안된다. 이러한 책들이 실전을 위한 준비, 훈련이라면, 소설 특히 고전이야 말로 나를 시험해볼 수 있는 실전의 장이다. 무엇이 먼저인지를 따질 필요없다. 다행히도 실전에서 진다고 죽거나 다치지 않는다. 예전의 나처럼 한쪽 늪에 빠져있다면, 이제 반대쪽에서 던져 준 줄을 한번 잡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