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똔 빠블로비치 체호프(Anton Chekhov)의 <마스크>에서 인텔리들은 대대로 존경받는 시민, 뺘찌고로프를 마차로 보내고 이야기한다.
❝ 그래도 어쨌든 자선 사업가라니...! 하는 수 없지! ❞
제목을 보고, 작품을 읽으며 난 뺘찌고로프의 마스크를 생각하고 있었다. 나만 그런것은 아닐 것이라 확신한다. 왜 나는 뺘찌고로프의 마스크만 생각했을까? 작품의 끝에 마지막 한마디는 섬뜩하다. 마스크는 뺘찌고로프가 아닌 인텔리들 이었다. 뺘찌고로프는 백만장자, 공장주, 스캔들, 자선 행위, 계몽 애호가 등 여러 면면을 그대로 보인 인물이다. 가면무도회의 가면 외에 자신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 아닐까?
반면 인텔리들은 마스크를 무시하다가 마스크 속의 인물에게 어쩔 줄 몰라한다. 뺘찌고로프의 마스크는 뺘찌고로프가 아니라 인텔리들의 마스크였다. 마스크를 누구 얼굴에 씌워지든 그 효과는 마스크를 쓴 이, 마스크를 보는 이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왜 마스크를 쓴 사람만 가린다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편견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자기보호가 아니었을까?
2014/07/24 - [추천도서] -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 Dama s sobachk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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