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우치다 타츠루
옮긴이 : 김경옥
출판사 : 민들레
페이지 : A5 반양장 / 232 면
“젊은 세대들이 공부와 일에서 달아나고 있다. 왜 그럴까?”
학교를 편의점처럼 여기는 아이들
80~90년대만 해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소소한 집안일을 거들면서 사회적 인정을 얻고 노동주체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세웠다면 그 이후 세대는 가게에서 물건을 사면서 먼저 소비주체로서 사회화 과정을 거치는 편이다. 이처럼 돈을 가진 구매자로 세상을 만나기 시작한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구매자’처럼 행동한다.
“이걸 배우면 뭐가 좋아요?”
이런 물음을 던지는 아이들에게 교사와 부모들은 어떻게든 그 이유를 설명하려 하면서, 마치 잘 팔리지 않는 물건을 어떻게든 소비자 마음에 들게 해서 팔아치우려는 상인처럼 행동한다. 그 결과 교육은 ‘더 나은 대학, 더 나은 직장을 위한 투자’로 치환된다.
돈을 내고 물건을 사듯이 스펙을 구비하는 것을 교육의 전부로 생각하는 이들이 나날이 늘고 있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서 나오는 사람에게는 돈 대신 물건이 하나 들려 있는 것 외에 아무런 변화가 없지만 진정한 배움은 존재의 변화를 동반한다는 사실을 필자는 강조한다.
“글로벌 자본주의와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교육은 본질적으로 배치된다!”
진보주의 교육이 빠지기 쉬운 함정
“학교는 애당초 국민국가의 내부 장치입니다. 학교의 설립 목적은 '차세대 국가를 책임질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 육성'입니다. (중략) 하지만 글로벌 자본주의는 그런 것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일단 다음 4분기의 수익을 올리는데 필요한 인재 육성'입니다.”16쪽 (한국어판 서문_글로벌 자본주의의 펀치를 맞은 국민국가의 미래 중)
글로벌 인재의 기준이 무엇일까? 능력 있고, 체력도 있고, 권리의식이 희박하고 비판정신이 결여되어 상사의 말에 순종하고, 어떠한 공동체에도 귀속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아 회사 전근 명령 하나로 곧바로 해외 지점과 공장에 부임할 수 있고, 임금이 높지 않은 것이 글로벌 기업들이 요구하는 이상적인 인재상이다. 이러한 인재는 공동체를 위해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인간상이다. 저자는 글로벌 자본주의가 만들어내고 있는 이런 인간상이 일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경고하며 공동체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을 길러내는 교육이 시급함을 역설한다.
이 책은 글로벌 자본주의가 부추기는 ‘개성을 강조하는 교육’의 이면을 들춰보게 하고, ‘자기 찾기’라는 이데올로기 속에 숨어 있는 함정을 들여다보게 한다. 국가주의, 집단주의 교육에 대한 반작용에서 비롯된 진보주의 교육이 개인을 고립화시키는 위험이 있음을 지적하는 우치다 선생의 통찰은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이들도 귀기울여볼 만하다.
“이 시대에 어른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일까?”
주제넘은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
양극화 사회는 리스크 사회이다. 이 사회에서 리스크를 더 많이 떠안는 계층은 의지할 곳 없는 하류 계층이다. 홀로 리스크를 감수하며 하류 계층으로 떨어지고 있는 아이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이 시대에 이 책은 어른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일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어려울 때는 서로 신세를 지기도 하면서, 또 서로 주제넘게 간섭도 하면서 사는 것이 사람살이라는 평범한 진실을 저자는 일깨운다.
어려서부터 무도를 수련한 우치다 선생은 자신의 집 일층에 합기도 도장을 열어 지역의 아이들과 어른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꾸리고 있다. 개풍관이라는 이름의 이 도장은 무도 수련뿐 아니라 레비나스 철학 강의도 이루어지는 새로운 개념의 학습공동체이다. 말만 하는 학자가 아니라 자신이 말한 대로 사는 그의 삶은 이 시대에 어른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모델이다.
지은이 우치다 타츠루
1950년 도쿄에서 태어났고 도쿄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했다. 고베여학원대학의 명예교수. 무도(武道)와 철학을 위한 배움의 공간인 개풍관(凱風館)을 열어 새로운 학습공동체 모델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프랑스 현대사상, 무도론, 영화론, 공부론에 대한 글을 써왔다.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사가판 유대문화론』 『하류지향』 『스승은 있다』 『일본변경론』 『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옮긴이 김경옥
교육잡지 격월간 민들레 주간을 맡고 있고, 탈학교 학습공동체인 ‘공간 민들레’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옮긴 책으로는 <열네 살의 철학>, <나비 문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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