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옮긴이 : 김난주
페이지 : B6 견장정 / 468 면
출판사 : 열린책들
고양이의 눈에 비친 우스꽝스럽고 서글픈 인간의 초상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오만한 제목이 붙은 이 책의 주인공은 무례하기 짝이 없는 고양이다. 이름도 없이 길에 버려졌다가 오로지 살아보겠다고 병약한 선생집에 얹혀 사는 주제에 각종 책의 구절을 인용해가며 인간 세상만사에 대해 끊임없는 불평불만을 쏟아낸다. 아니, 그건 불평불만이라기보다 인간이란 한심한 족속을 향해 내뱉는 고상한 존재의 한숨 섞인 한탄에 가깝다.
그럼 이 고상한 고양이가 쓸 데 없는 사치를 부리는 인간에 대해 쏟아내는 한탄을 들어보자. 음식이란 "날로 먹어도 되는 것을 일부러 삶아보기도 하고, 구워보기도 하고, 식초에 담궈보기도 하고, 된장을 찍어보기도 하"며 발에 대해서는 "발이 네 개가 있는데도 두 개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부터가 사치다. 네 발로 걸으면 그만큼 빨리 갈 수 있을 텐데 언제나 두 발로만 걷고, 나머지 두 발은 선물 받은 말린 대구포처럼 하릴없이 드리우고 있는 건 우습기만 하다."고 말한다. 인간이란 족속에 대해 거침없이 이어가는 고양이의 요설은 500페이지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 속에서 종횡무진 내달린다.
고양이의 주인과 그를 둘러싼 친구들의 모습 또한 걸작이다. 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그 자신을 모델로 한 것이 분명한 고양이의 주인 '구샤미' 선생과 그 주위의 인간들은 소위 말하는 유약하고 우울하며 위선에 찬 당시 지식인의 모습을 대표한다. 이 먹물들은 모이기만 하면 무식한 속세인을 비웃으며 고대 희랍 철학부터 현대 유럽 철학에 이르는 각종 이론과 라틴어를 들먹거리며 설전을 벌인다. 하지만 조금 들쳐보면 그들은 기껏 '개구리 눈알의 전동 작용에 대한 자외선의 영향'이라는 박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개구리 눈알같은 유리알을 만들어야한다고 하루 종일 실험실에서 유리알이나 가는 족속이다.
약 100년 전인 1905년에 쓰여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머리 꼭대기에 앉은 고양이군의 청산유수 요설과 지식인 사회에 대한 풍자어린 묘사는 새롭고 신선한 에너지가 가득차 있다. 이런 에너지의 근원은 이 작품이 나쓰메 소세키의 처녀작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지은이 나쓰메 소세키
1867년 도쿄에서 비교적 유복한 집안의 5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본명은 나쓰메 긴노스케. 어려서부터 한문학에 깊은 관심을 보였으나 문명개화 시대에 영어의 중요성을 깨닫고 1893년 도쿄 제국대학 영문과에 진학한다. 졸업후 도쿄 고등사범학교, 제5고등학교 등에서 교사로 일하던 중 이듬해 폐결핵 초기 진단을 받는다. 1900년 국비 지원으로 영국 유학길에 올라 셰익스피어 연구가인 윌리엄 크레이그 밑에서 수학하지만, 유학비의 부족과 고독감, 영문학에 대한 위화감 등으로 신경쇠약에 시달린다. 1903년 귀국 해 제1고등학교, 도쿄 제국대학의 강사로 활동하다 1905년 처녀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호평을 받으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서고, 후속작으로 「도련님」「풀베개」등을 잇달아 발표한다. 1097년 아사히신문사의 요청으로 교직을 그만두고 언론인 생활을 시작하며, 이후 「산시로」「그 후」「마음」등 주요 작품들이 모두 신문에 연재되었다. 1916년 지병인 위궤양이 악화되어 내출혈로 49세에 사망한다. 「문」「행인」유작인「명암」등의 소설고 「문학론」과 같은 평론집,「소세키 하이쿠집」등의 책도 썼다.
옮긴이 김난주
1958년생.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한 후, 쇼와 여자대학에서 일본 근대 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오오츠마 대학교 도쿄 대학에서 일본 근대 문학을 연구했다. 연재 일본 문학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에쿠니 가오리의 「장미 비파 레몬」, 무라가키 하루키의「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노르웨이의 숲」「바람의 노래를 드러라」유미리의「가족 시네마」요시모토 바나나의 「왕국」「키친」「아르헨티나 할머니」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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