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도서

오만과 편견 / Pride and Prejudice

지은이 : 제인 오스틴(Jane Austen)

옮긴이 : 원유경

페이지 : B6 양장 / 480 면

출판사 : 열린책들




『오만과 편견』은 18세기 말 잉글랜드 남동부의 한 마을에서 일어난 젊은 남녀의 연애와 결혼 이야기이다. 당시 영국은 가문과 재산 정도에 의해 사회적 위상이 결정되던 계급 사회로, 계급 장벽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낭만적인 연애와 결혼이 거의 불가능했다. 부유한 상류층 신사 피츠윌리엄 다시와 재산이 없는 중산층 숙녀 엘리자베스 베넷은 신분 차이에서 오는 편견과 사회적 장애를 극복하고 건전한 사랑과 이해, 존중하는 마음에 토대를 둔 결혼에 이른다.

<재산이 많은 미혼 남성이라면 반드시 아내를 필요로 한다는 말은 널리 인정되는 진리이다.>는 영문 소설 가운데 손꼽히는 첫 문장이다. 『오만과 편견』을 포함한 여섯 편의 장편소설에서 제인 오스틴은 젊은 여성이 사랑에 빠지고 갈등과 시련을 겪다가 정신적인 스승이라 할 만한 남성을 만나 결혼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일관되게 보여 준다. 연애와 결혼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다루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문학성과 예술성뿐 아니라 오락성과 대중성 역시 뛰어나다. 또한 섬세한 인물 심리 묘사로도 유명하다. 그녀의 작품 모두 여러 차례 영화화되었으며, <칙릿Chick Lit>도 오스틴의 작품에서 출발했다고 본다. 

이 작품의 매력은 별로 예쁘지도 않은 엘리자베스가 활달한 성격과 여러 장점을 통해 상류층 다시 가문의 여주인이 된다는 신데렐라의 이야기에 있다. 작품 곳곳에서 드러난 사회적 관습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흐려지기는 하지만, 행복한 결말, 즉 신분 상승의 결혼이라는 플롯은 모든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소일 것이다. 그러나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베넷 부부, 샬럿 루커스와 콜린스 목사, 리디아 베넷과 위컴, 캐서린 드 버그 귀부인 등의 인물 묘사에 있다. 자식 사랑 때문에 천박하다는 평가를 무색하게 하는 베넷 부인, 똑똑하지만 재산도 미모도 없는 샬럿의 계산적인 결혼, 무지하지만 남성의 자부심으로 가득한 아첨꾼 콜린스, 외모와 말솜씨로 신분 상승을 꾀하려는 위컴, 위엄은 있으나 깊이는 없는 캐서린 귀부인 등은 인간 세상의 표본과도 같은 인물들이다. 겉으로는 롱본 마을을 배경으로 가정의 일상사와 결혼 이야기에 국한된 듯하나, 당대 사회의 풍속과 인간의 보편적 삶을 웃음과 풍자로 묘사하는 게 또한 꼽을 수 있는 매력이다.


지은이 제인 오스틴Jane Austen

19세기 사실주의 문학의 시작을 알린 영국의 소설가 제인 오스틴은 1775년 햄프셔 주 스티븐턴 목사관에서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언니 커샌드라와 함께 잠깐 학교에 다녔을 뿐, 주로 집에서 고전을 폭넓게 섭렵하며 당시 다른 여성들처럼 그림, 음악, 바느질 등을 배우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열두 살 때부터 단편소설, 운문, 산문, 희곡 등 습작을 시작하여 1796년 스물한 살의 나이에 첫 장편소설인 『엘리노어와 메리언』을 완성했다. 5년 뒤 <이성과 감성>이라는 제목으로 고쳐져 출간된 이 작품은 호평을 받으며 오스틴에게 작가로서의 명성을 안겨 주었다. 그녀는 1801년 바스로 옮겨 가고, 6년 후 부친이 사망하자 사우샘프턴으로 옮겨 갔다. 다시 오빠의 도움으로 어머니, 언니와 함께 초턴에 정착해 1817년 마흔두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녀는 이곳에서 창작 활동에 몰두했다. 

『오만과 편견』은 당시 영국의 상황과 풍속을 형상화한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여성은 수동적이고 감상적이며 <가정의 천사>라는 이미지로만 부각되던 때, 오스틴은 가부장적인 계급 사회에 분노하며 목소리 높여 항의하기보다는, 마치 촛불에 그슬리면 숨겨진 글씨가 나타나는 <양피지> 같은 서술 방식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은닉하였다. 또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여성의 삶을 통해 남성 중심 사회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흥미로운 인간관계와 인간 심리를 해학과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그 밖에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노생거 수도원』, 『맨스필드 파크』, 『에마』, 『설득』이 있다. 제인 오스틴은 낭만적 연애나 환상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던 당시 사회에 반기라도 들듯, 한 젊은 여성이 사랑에 빠지고 갈등과 시련을 겪은 후 결혼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일관되게 그려 냈다.


옮긴이 원유경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조셉 콘라드의 서술기법」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연세대학교 등에 출강했으며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방문 교수로 있었다. 현재 세명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모더니즘, 제국주의, 페미니즘, 디아스포라 등의 주제에 관심을 갖고 18세기에서 현대에 이르는 영미소설을 주로 연구해 왔다. 지은 책으로 『페미니즘, 어제와 오늘』(공저), 『영국소설의 명장면 모음집』(공저), 『영국소설과 서술기법』(공저)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도리언 그레이의초상』, 『영국 문화사』(공역), 『영국 소설사』(공역),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당나귀와 떠난 여행』, 『타임머신』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소설, 로맨스, 여성의 글쓰기: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다시 읽는 『워더링 하이츠』: 캐서린의 유령」, 「콘래드의 초기 단편소설에 나타난 제국주의의 문제」, 「영화 속의 콘래드 읽기」,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재평가」, 「월터 스콧의 『웨이벌리』에 나타난 민족 정체성 문제」, 「북미 이미 작가의 작품에 나타난 귀향의 문제」 등이 있다.